1. 줄거리
주인공 치히로는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너무 싫은 평범한 10대 소녀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터널을 지나 어떤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마을에서는 참을 수 없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흘러나왔고 향기로운 음식 냄새에 동요된 부모님께서는 가게에 주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앉아서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맛있는 걸 먹겠다는 욕구를 먼저 채웠습니다. 그에 벌을 주듯 치히로의 부모님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 돼지로 변해버렸습니다. 치히로는 그런 부모님을 말려보지만 자식을 알아보지 못한 채 돼지 모습 그대로 도망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갈 곳이 없는 치히로는 하쿠의 도움으로 이 세계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 세계에서는 치히로가 인간이라는 걸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 인간임을 들키지 않아야만 살아 돌아갈 수 있는 룰이 있기 때문에 하쿠는 그런 치히로를 도와주게 됩니다.
그리고 치히로는 부모님을 되돌리기 위해 뉴 바바가 운영하는 온천에서 일을 하기로 합니다.
그곳에서 일을 하며 이 세계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치히로라는 이름을 잠시 넣어두고 “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온천장에는 다양한 신들이 온천을 즐기로 오는 곳이자 자본주의적 환락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온천장에서 많은 돈과 황금을 지불하는 신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친절은 사라져 버립니다.
이렇게 치히로는 부모님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2. 영화의 해석
극중 하쿠가 치히로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말해줍니다. “ 자신의 이름을 잃지 않도록 해 “ 이 대사는 영화 내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유바바는 계약서에 이름을 쓰게 한 뒤 이름을 뺏어 본래 기억을 잃게 만든 후 영원히 자신에게 속박되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온천장에서는 점점 자신의 원래 이름을 까먹고 잊어가게 됩니다.
원래의 이름을 잊어버리면 그전에의 삶의 기억이 전부 사라지게 되고 나 자신과 맺은 관계를 상실하고 더 나아가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쿠는 그걸 알았는지 극 초반 치히로에게 당부하며 말을 해줍니다.
상대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야기한다는 건 그 사람과의 대인관계의 시작입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서로의 존재를 본인 내면에 들어놨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영화 속 가오나 씨는 “얼굴이 없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얼굴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고유성이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자신의 성격, 개성, 행동 등을 만들어 나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극 중 가오나 씨는 황금으로 치히로의 환심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욕망을 쫓고 존재를 확인받으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였습니다.
비가 세차게 오던 어느 날 온천에 오물신이 찾아오게 됩니다. 엄청난 악취와 오염을 일으키던 오물신의 정체는 바로 엄청나게 큰 강의 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강의 신이 왜 오물신이 되어 온천장에 나타났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바로 인간들이 강에 버린 쓰레기들이 쌓이고 쌓여 강의 신은 마치 오물신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쓰레기가 씻겨나가자 강의 신은 홀가분한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온천을 떠납니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고도로 발전되어가는 현대 사회, 문명 속 인간의 이기적 형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 총평
부모님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준 하쿠로부터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렸음을 깨닫고 놀라는 장면이 있습니다.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긴 주인공이 하쿠가 아니였더라면 치히로는 평생 온천장에서 일을 했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중에 ' 진짜 나에대해서 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터널 너머의 '신들의 온천장' 세계는 이 시대의 자본주의와 닮아있습니다. 황금에 열광하는 직원들, 유바바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구조, 쉴 틈도 없이 일하는 가마할아범과 끊임없이 석탄을 나르는 작은 일꾼들 등등 있습니다. 화려함과 환상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하여 그저 판타지의 세계로만 치부하기에는 현재 우리 세계와 너무 닮아있습니다.